본문 바로가기
사이언스
제제 과학9분 읽기
산에 약한 약을 다루는 법

산에 약한 분자를 소장까지 보내는 설계

위산에 닿으면 분해되는 분자를 어떻게 소장까지 보내는가. 장용 제제의 설계 변수와 규격, 그리고 물질 특허가 만료된 뒤에도 제형과 안정화 기술이 별도의 발명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일반 원리를 정리합니다. 특허 등록은 유효성·안전성·품목허가와 무관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특허

1건
  • 에스오메프라졸 의약 제제
    KR 10-2579095 · 2023-09-12
    등록

특허 등록은 신규성·진보성·산업상 이용 가능성에 대한 특허청의 판단입니다. 유효성·안전성·품목허가는 특허 심사의 대상이 아니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별도 절차로 판단합니다.

이 글에 서술된 제제 과학은 공개 문헌 수준의 일반 내용이고, 우리 특허에 관해 인용하는 범위는 서지사항(번호·명칭·등록일)까지입니다. 청구범위의 조성·기전·시험 데이터는 다루지 않습니다.

01

산에 약한 분자

프로톤펌프 억제제는 벤즈이미다졸 계열 화합물이며, 산성 조건에서 빠르게 분해됩니다. 이 산 불안정성은 작용 기전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위벽세포의 분비세관은 pH 1 부근의 강한 산성 공간이고, 화합물은 그곳에서 전환되어 위산을 퍼내는 H+/K+-ATPase의 시스테인 잔기와 공유결합합니다. 표적이 있는 자리에서 활성화되도록 설계된 전구약물 구조입니다.

문제는 경로입니다. 경구로 삼킨 약은 벽세포에 닿기 전에 위 내강을 먼저 지나는데, 그곳도 산성입니다. 아무 보호 없이 투여하면 흡수되기 전에 위 안에서 상당 부분이 분해되어 소장까지 도달하는 양이 줄어듭니다. 흡수는 소장에서 일어나고, 흡수된 약물은 전신순환을 거쳐 혈류를 타고 벽세포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제제가 풀어야 할 조건은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위를 지나는 동안에는 주성분이 산과 만나지 않을 것, 소장에 도달하면 지체 없이 방출될 것. 이 조건 때문에 이 계열의 경구제는 대체로 위산 보호 구조를 갖춥니다. 장용 코팅 펠릿을 캡슐이나 정제에 담는 방식과 알칼리성 성분을 함께 배합하는 방식이 공개 문헌에 널리 기술되어 있습니다.

벤즈이미다졸계 PPI의 활성화는 산 촉매 하에서 설폭사이드가 고리화·재배열되어 반응성 설펜아미드 종을 형성하고, 이것이 H+/K+-ATPase 세포외 도메인의 시스테인 티올과 이황화결합을 이루는 과정으로 기술됩니다. 이 반응 속도는 pH 의존적이어서 pH가 낮을수록 급격히 빨라지며, 같은 이유로 위 내강에서의 분해도 그만큼 빠릅니다. 에스오메프라졸은 오메프라졸의 S-거울상이성질체이고, 거울상이성질체와 라세미체는 대사 속도가 달라 노출 프로파일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규제상 별개의 활성 성분으로 취급됩니다.

02

위를 지나가게 만드는 막

장용 코팅은 pH에 따라 용해도가 달라지는 고분자 막을 정제나 펠릿 표면에 입히는 기술입니다. 여기 쓰이는 고분자는 카복실기 같은 약산성 작용기를 갖고 있어, 위의 낮은 pH에서는 이온화되지 않아 물에 거의 녹지 않습니다. 소장으로 넘어가 pH가 대략 5.5 이상으로 올라가면 작용기가 이온화되면서 막이 풀리고 주성분이 방출됩니다. 메타크릴산 공중합체, HPMCP, HPMCAS,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프탈레이트가 공개 문헌에서 흔히 인용되는 예입니다.

막 하나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장용 고분자 자체가 유리 카복실산을 갖고 있어, 산에 민감한 주성분과 직접 맞닿으면 오히려 분해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성분층과 장용층 사이에 불활성 중간층을 두는 구조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팅 중량과 막 두께의 균일성,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 결함 하나가 내산성 규격을 벗어나게 할 수 있어, 코팅 조건은 조성 항목과 공정 파라미터 양쪽에서 관리됩니다.

여기까지는 공개된 제제학의 일반 원리이며, 우리가 보유한 특허의 청구범위를 설명한 것이 아닙니다. 특정 제품의 처방이나 코팅 구조를 서술한 것도 아닙니다. 이 글에서 우리 특허에 관해 인용하는 것은 번호와 명칭, 등록일까지이며, 명세서의 조성과 실시례는 특허 문서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해당 문서는 KIPRIS에서 공중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지연방출 제제의 용출시험은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산성 단계에서 0.1 N 염산 등 산성 매질에 통상 2시간 노출한 뒤 주성분 방출률이 규정 한도(일반적으로 10% 이하) 안에 있어야 하고, 이어 완충액 단계로 전환해 pH 6.8 부근에서 규정 시간 내 방출을 확인합니다. 대한민국약전과 USP 모두 이 이단계 구성을 채택하고 있어, 장용 제제에서 '내산성'은 인상적 표현이 아니라 이 시험으로 정의되는 규격입니다. 수성 코팅 분산액을 쓰는 공정에서는 최소 필름 형성 온도와 가소제 함량, 코팅 후 큐어링 조건이 막의 치밀도를 좌우합니다.

03

붕해·용출·안정성을 함께 맞추는 일

제제 설계는 대체로 세 가지 요구를 함께 만족시키는 작업입니다. 정해진 자리에서 부서질 것(붕해), 정해진 속도로 녹아 나올 것(용출), 유효기간 내내 규격 안에 머무를 것(안정성)입니다. 세 축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자주 충돌합니다. 개발 일정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구간은 새 조건을 찾는 단계보다 이 충돌을 조정하는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용 제제에서 가장 뚜렷한 충돌은 내산성과 방출 속도 사이에 있습니다. 코팅을 두껍게 하면 위에서의 보호는 좋아지지만 소장에서 막이 풀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 방출이 늦어집니다. 반대로 얇게 하면 방출은 빨라지되 산성 단계 규격을 넘길 위험이 커집니다. 실무에서는 코팅 중량 증가율을 몇 개 수준으로 나누어 배치를 만들고, 각각을 산성 단계와 완충액 단계에서 시험해 두 조건이 함께 성립하는 구간을 찾습니다.

안정성 축은 주로 수분과 열, 그리고 시간의 문제입니다. 수성 코팅 공정은 정의상 주성분을 물과 열에 노출시키므로 건조 조건과 잔류 수분이 관리 대상이 되고, 과립의 수분 함량은 타정성과 안정성 양쪽에 걸쳐 있습니다. 완제품 단계에서는 포장도 설계의 일부입니다. 알루미늄 블리스터의 투습도, 방습제 동봉 여부, 표시된 보관 조건이 유효기간 설정 자료와 함께 결정됩니다.

안정성 자료는 ICH Q1A(R2)에 따라 장기 시험과 가속 시험으로 구성되며, 우리나라가 속한 기후대에서는 통상 25°C/60%RH(장기)와 40°C/75%RH(가속)를 적용하고, 수출 대상국의 기후대에 따라 중간 조건이나 30°C/75%RH가 추가로 요구될 수 있습니다. 광안정성은 Q1B, 분해산물은 Q3B(R2)의 보고·확인·구조규명 한계에 따라 관리하며, 유연물질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증가하는지가 유효기간 설정의 실질적 근거가 됩니다. 산에 민감한 주성분에서는 가속 조건에서 나타나는 변색이 정량 지표보다 먼저 신호를 주는 경우가 있어, 성상 항목도 함량·유연물질과 같은 비중으로 관찰합니다.

04

제제도 발명이 될 수 있습니다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 그 성분 자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분을 사람이 실제로 복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방법은 별개의 문제이고, 새롭고 진보성이 있다면 그 자체로 발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허법이 요구하는 요건은 신규성, 진보성, 산업상 이용 가능성 세 가지입니다. 제형 구조, 안정화 방식,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가 물질 특허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이 요건 구조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특허 등록은 특허청이 그 세 요건을 인정했다는 뜻일 뿐, 해당 제제가 효과가 있다거나 안전하다거나 허가를 받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유효성과 안전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 심사에서 별도로 판단하며, 두 절차는 심사 기관도 판단 기준도 다릅니다. 특허가 있다는 사실을 제품이 존재한다거나 곧 출시된다는 근거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보유한 제제 분야 특허는 KR 10-2579095, 명칭 「에스오메프라졸 의약 제제」, 2023년 9월 12일 등록입니다. 이 글에서 인용하는 범위는 여기까지이며, 서지사항은 KIPRI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등록 8건과 공개 출원 1건 가운데 경구 고형제라는 제제 분야에 속하는 것은 이 한 건이고, 나머지는 탐색 단계 연구에서 나온 물질·조성물 특허입니다. 이들 특허에 대응하는 허가 제품은 없으며, 제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제제의 제품화나 허가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05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 확인하는 것

우리는 우리 제제가 대조약과 같은 노출을 내는지를 사람 대상 시험으로 확인합니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시험약과 대조약이 같은 양의 약물을 같은 속도로 혈중에 들여보내는지를 비교합니다. 다만 이 시험이 보여 주는 것은 노출의 동등성이며, 두 제품이 모든 면에서 같은 약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형제 조성과 제조 방법, 코팅 구조는 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처방을 설계하고 시험용 배치를 직접 제조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허가 자료로 정리합니다. 시험의 설계와 판정 기준은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을 따르며, 동등성을 입증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장용 제제는 이 비교에서 고유한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방출 시점이 위 배출에 좌우되므로 흡수가 시작되는 시각의 변동 폭이 크고, 식사가 위 배출을 늦추면 그 변동은 더 벌어집니다. 그래서 공복·식후 조건 설정과 초기 채혈 간격이 결과 해석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지연방출 제제에서는 흡수 지연 시간(lag time)이 개체 내·개체 간 모두에서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초기 채혈 간격을 촘촘히 설계하지 않으면 Cmax와 Tmax가 실제와 다르게 추정될 수 있습니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그 자체가 위 내 pH를 변화시키는 약물이므로, 반복 투여 시의 위 내 환경과 단회 투여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설계에서 고려됩니다. 비교용출시험은 사람 대상 시험을 대체하지 않지만, 산성 단계와 완충액 단계를 나누어 프로파일을 겹쳐 보면 처방이나 공정 변경이 방출 거동에 미친 영향을 배치 수준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06

실험실 조건에서 상용 배치로

우리는 2016년 준공한 청주 공장에서 경구 고형제 라인과 히알루론산 필러(프리필드 시린지) 라인을 운영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이 공장에서 만드는 제형의 전부이고, 그 밖의 주사제는 만들지 않습니다. 필러 라인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가교 히알루론산 브랜드 Lorient를 생산합니다.

실험실 규모에서 확정한 코팅 조건이 상용 규모에서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습니다. 코팅팬의 직경과 배드 하중이 커지면 분무 속도, 배기 온도, 팬 회전수의 균형이 달라지고, 같은 코팅 중량 증가율을 목표로 해도 막의 치밀도와 균일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케일업 배치에서 산성 단계 시험을 다시 수행하고, 공정 밸리데이션에서 그 조건이 배치를 바꿔 가며 재현되는지를 확인합니다.

특허 등록 여부는 배치 품질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매 배치의 품질은 그날의 공정 관리와 시험 결과로 결정되고, 출하 여부는 그 배치 자체의 데이터로 판정합니다. 제제 개발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구간은 실험실에서 정한 조건을 상용 규모와 유효기간 전체에 걸쳐 재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참고 자료

  1. 01KIPRIS 특허 서지사항 — KR 10-2579095, 「에스오메프라졸 의약 제제」, 2023-09-12 등록 (2026.07.15 확인).
  2. 02특허법 제29조 — 특허요건(신규성·진보성·산업상 이용 가능성). 특허 등록은 이 요건에 대한 판단이며 의약품의 유효성·안전성 심사와 무관합니다.
  3. 03대한민국약전(KP) 일반시험법 — 용출시험법; 지연방출 제제의 산성 단계·완충액 단계 구성.
  4. 04ICH Q1A(R2)·Q1B·Q3B(R2) — 안정성 시험 조건과 유효기간 설정, 광안정성, 분해산물의 보고·확인·구조규명 한계.
  5. 05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 —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및 비교용출시험의 수행 요건과 판정 기준.

본 페이지는 일반적인 과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제품의 효능·효과를 광고하거나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치료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